press release

보도자료

해외 전문가들 “한전의 기후 위기 대응은 최하 등급”

2024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 보고서 평가

 “한전의 계획은 정합성 아주 낮아”… 해외 전력 유틸리티 기업 4곳보다 부정적

기후 위기 대응에 부적합한 목표… 구체성과 현실성 떨어지는 전략

한국전력공사(KEPCO, 이하 한전)의 기후 위기 대응이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정합성이 아주 낮다(very low integrity)”는 평가를 받았다. 정합성이란 기업이 제시한 목표나 전략이 기후 위기 대응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기업이 제시한 전략이 실현 가능한지 등을 말한다. 한전과 달리 글로벌 전력 유틸리티 기업인 에넬(이탈리아)과 이베르드롤라(스페인)는 “합리적(reasonable integrity) 수준의 정합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한전은 듀크에너지(미국)와 엔지(프랑스)가 받은 “정합성이 낮다(low integrity)”보다도 더 낮은 최하 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내용은 9일 발표된 ‘2024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2024 Corporate Climate Responsibility Monitor)’ 보고서에 담겼다. 이 보고서는 독일의 비영리 글로벌 기후행동 연구소 ‘신기후연구소(NewClimate Institute)’와 탄소 정책을 연구해온 비영리기구 ‘탄소시장감시(Carbon Market Watch)’가 2022년부터 매년 1차례씩 발표해오고 있다. 첫 번째 보고서는 아마존, 애플, 구글, 네슬레, 폭스바겐,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 25곳의 기후 위기 대응 약속과 전략을 평가했다. 지금까지 평가를 받은 기업은 총 기업 51곳.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정합성이 아주 낮다’는 평가를 받음)가 2023년 보고서에서 평가를 받았다. 한전은 이번 보고서가 농식품, 전력 유틸리티, 패션, 자동차 제조 등 4개 산업군을 세부 분석 주제로 삼으며,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기업별로 △배출량 공개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 △자체 배출량 감축을 위한 실행 △미감축 및 잔여 배출에 대한 책임 등 4 가지 항목을 놓고, 투명성(Transparency)과 정합성(Integrity) 점수를 매겼다. 세부 항목 점수는 “높음(high)”, “합리적”(reasonable), “보통”(moderate), “부족”(poor), “매우 부족”(very poor) 등 총 5가지 등급으로 제시됐다. 반면 종합 점수는 정합성만 평가했고, “부족”과 “매우 부족”을, “낮다(low)”과 “매우 낮다(very low)”로 다르게 표현했다.

한전의 기후 위기 대응 목표와 전략이 받은 종합 점수는 “정합성이 아주 낮다”다. 한전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넷제로 로드맵(Net Zero Roadmap)’을 인용해, 한전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1.5도 목표)하기에는 부족한 목표라고 평가했다. IEA는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배출량은 선진국에선 2022년 수준 대비 80% 줄이고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에선 60% 감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또 자료의 투명성 부족, 불충분한 재생에너지 목표, 지연되고 있는 탈석탄 계획 등도 한전이 가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한전은 ‘배출량 공개’에선 “부족” 등급을 받았고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은 “투명성 부족”과 “정합성 매우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체 배출량 감축을 위한 실행” 역시 “투명성 부족”과 “정합성 매우 부족”이었고, “미감축 및 잔여 배출에 대한 책임”은 투명성과 정합성 모두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준화되지 않은 단위와 범주를 사용해 배출량 데이터가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배출량 감축 방안에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기술 상용화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아직까지 전력 부문에선 잘못된 해법으로 평가된다” 등이 보고서가 제시한 이유였다.

특히 한전은 “넷제로 목표 및 2030년 단기 목표에 스코프3(판매된 상품의 사용 등 벨류체인 전체에서 나오는 간접 배출) 배출량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스코프3 배출량은 2021년 기준으로 한전 총 배출량의 절반 이상”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가 분석자료로 활용한 한전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한전의 2023년 자료는 올해 공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9.3%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엔 스코프1/2(기업의 직/간접 배출)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었다. 

이러한 내용과 함께, 보고서는 대부분 기업들의 ‘2030년 목표 및 넷제로 목표’가 여전히 모호하고 배출량 감축 전략을 총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정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도요타(일본)는 한전과 함께 이번에 처음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한전과 마찬가지로 “정합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 분야에서 잘 알려진 나이키(미국)와 아디다스(독일)는 각각 “보통”과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보고서는 지난 2년 동안 51개 기업 중 19개 기업이 기후 위기 대응 목표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넷제로 목표를 2050년에서 각각 “2040년 이전”과 “2040년”으로 앞당긴 이베르드롤라와 에넬이 대표적이다.

한편 보고서는 기후 위기 대응 약속을 검증하기 위한 자발적 이니셔티브의 한계를 지적했다. 에컨대 가장 영향력이 크지만 기준이 다소 유연한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선 많은 기업들이 “2030년을 기준으로 1.5°C 목표 달성에 부합”한 목표라고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보고서 저자로 참여한 토마스 데이(Thomas Day) 신기후연구소 연구원은 “가뜩이나 불충분한 목표를 더욱 약화시키는 유연한 정책보다는, 부문별로 가장 중요한 배출원에 초점을 맞춰 기준을 세분화하면 기업들이 보다 수월하게 전환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보고서는 자발적 이니셔티브 대신 기업에게 공식적인 책임을 지우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자 팩스(Benja Faecks ) 카본 마켓 워치 연구원은 “효과적인 기후 규제는 기업이 기후 행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게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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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영민 커뮤니케이션담당
김태종 기후미디어허브 커뮤니케이션담당
이영민 커뮤니케이션담당
ym@climatemediahub.com
김태종 기후미디어허브 커뮤니케이션담당
tj@climatemedia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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